
The Analyst in the Prompt: Role, Retrieval, and Memory Biases in LLM Financial Analysis
Ahmed Asaad, Amr Mohamed, Yang Zhang, Omneya Abdelsalam
"AI에게 같은 회사의 같은 보고서를 주고, '당신은 공매도 투자자입니다'라고만 소개하면 — '중립적으로 읽어 달라'고 시켜 둔 점수까지 달라진다."
똑같은 증거, 똑같은 질문, 오직 '역할 소개' 한 줄만 다릅니다. 그런데 결론이 뒤집힙니다. 이게 정말일까요? 2026년 9월의 한 연구가 이 질문을 SEC 공식 보고서 3,575건, AI 모델 12종으로 대규모 검증했습니다. 결론부터 말하면 "정말입니다. 그리고 그 원인은 우리가 생각한 곳에 있지 않습니다."
들어가며: 열심히 공부한 채점관의 비밀
상상을 해 봅시다. 어떤 시험 채점관이 있습니다. 이 채점관은 요즘 유행하는 방식대로 "당신은 깐깐한 사람입니다"라는 자기소개를 들은 채로 채점을 합니다. 같은 답안지인데 점수가 후해지거나 박해집니다.
"그건 채점관이 편향된 거지, AI랑 무슨 상관이지?"라고 물으실 수 있습니다. 그런데 지금 금융업계에서 AI를 쓰는 방식이 정확히 그 구조입니다.
- "너는 공매도 전문 애널리스트야. 이 회사의 약점을 찾아."
- "이 사용자는 보수적 투자자야. 손실을 아주 싫어해."
- "기억해 둬, 이 고객은 ESG 투자자야."
이런 식으로 AI에게 '역할'이나 '사용자 취향'을 알려 주면 분석이 개인화되고 더 도움이 된다고들 합니다.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. 문제는 그 정보가 '개인화된 조언'에만 반영되는 게 아니라, '객관적 사실 판단'에까지 스며든다는 점입니다.
오늘 소개할 논문 "The Analyst in the Prompt: Role, Retrieval, and Memory Biases in LLM Financial Analysis"(프롬프트 속의 애널리스트: LLM 금융 분석에서의 역할·검색·메모리 편향)는 이 스며듦을 정밀 측정합니다. 그리고 가장 중요한 발견은 이겁니다. AI가 틀린 문서를 읽어서가 아니다. 같은 문서를 다르게 해석하기 때문이다.
무엇이 문제였나: 개인화의 숨겨진 대가
최근 AI 비서들은 점점 더 '나를 기억'합니다. 대화 내역, 투자 성향, 위험 선호를 저장해 두고 다음 답변에 반영하죠. 금융 리서치에서도 같은 흐름입니다. "이 AI는 내 스타일을 아니까, 내 포트폴리오에 맞는 분석을 해 줄 거야."
그런데 여기서 조용히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. AI 리서치 도구에는 흔히 이런 기능이 있습니다.
"문서를 읽고 중립적 증거 점수(Evidence Score)를 매겨 주세요. −1(매우 부정)에서 +1(매우 긍정) 사이로요."
이 점수는 설계상 '사실'이어야 합니다. 사용자가 공매도 투자자든, 낙관적 롱온리 투자자든, 그 점수는 흔들리면 안 됩니다. 개인화된 판단은 별도의 개인화 점수가 맡으면 되니까요.
문제는 언어 모델이 이 구분을 지키지 못한다는 것. 기존 연구들도 "프롬프트에 따라 답변이 달라진다"는 건 알고 있었지만, 대체로 "AI가 다른 자료를 찾아서 그렇다"고 넘어갔습니다. 검색(RAG)이 문제라는 거죠. 그래서 요즘 시스템들은 검색 결과를 미리 고정해 두는 식으로 조심합니다.
하지만 이 논문은 질문을 정확히 갈라 놓습니다. "검색한 문서를 완전히 똑같게 고정하면, 편향이 사라질까?" 정답은 "아니오, 대부분 남는다"입니다.
핵심 아이디어: 하나의 보고서, 세 가지 조건
연구진의 실험 설계는 생각보다 단순하고, 그래서 강력합니다. 요리로 치면 같은 재료를 쓰면서 요리사의 성격만 바꿔 보는 것입니다.
- SEC 보고서 준비: S&P 500 기업들의 10-K/10-Q(연간·분기 공시보고서) 3,575건을 준비했습니다. 2013년부터 2024년까지, 회사당 최대 6건으로 편중을 막았습니다. 문서에서 핵심인 경영진 논의(MD&A), 위험 요인, 정량적 공시 부분만 잘라 씁니다.
- AI에게 읽히기: 각 문서를 400단어 남짓한 조각으로 잘라 검색 인덱스를 만들고, 질문과 가장 관련된 조각 8개를 골라 12개 AI 모델에게 보여 줍니다. 모델은 두 개의 점수를 냅니다: 중립 증거 점수(보기만 해야 하는 점수)와 개인화 점수(역할을 반영해도 되는 점수).
- 역할만 바꾸기: 투자자 유형 9가지 — 공매도, 롱온리, ESG, 모멘텀, 크레딧, 가치, 리테일, 셀사이드 분석가 등 — 그리고 '중립 기준선'. 조건은 세 가지입니다.
- 조건 1 — 역할이 검색까지 지휘(페르소나 검색): "당신은 공매도 애널리스트입니다"라고 소개하면, AI는 검색 단계에서부터 약점 위주로 문서 조각을 뽑고, 해석도 그렇게 합니다. (현실의 대부분은 이 상태)
- 조건 2 — 검색을 완전히 고정(중립 검색): 모든 역할에게 바이트 단위로 똑같은 문서 조각을 줍니다. 여기서도 편향이 남는다면, 그것은 순수하게 '해석'의 문제입니다.
- 조건 3 — 역할 대신 사용자 정보로(메모리 프로필): AI 자체는 중립 애널리스트로 두고, "이 사용자는 하방 위험에 민감한 투자자입니다"처럼 제3자 형태의 사용자 정보만 제공합니다.
이 세 조건을 비교하면 편향이 (1) 자료를 고르는 과정, (2) 같은 자료를 해석하는 과정, (3) 프롬프트에 선호를 넣는 방식 중 어디서 생기는지 분해할 수 있습니다.
결과: 편향은 '선택'이 아니라 '해석'이었다
첫 번째, 가장 중요한 결과입니다. 검색을 완전히 고정해도(조건 2), 원래 편향(조건 1)의 평균 69%가 그대로 남았습니다. 모델별로는 44%에서 89%까지였고, '공매도' 역할에서는 12개 모델 중 8개가 74% 이상을 유지했습니다(중앙값 89.1%).
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. AI가 틀린 문서를 읽어서 판단이 달라진 게 아니라, 똑같은 문장을 읽고도 "그러니까 위험하다 / 그러니까 괜찮다"를 다르게 말한 겁니다. 돋보기(검색)를 바꾼 게 아니라, 렌즈의 색(해석)이 달랐던 것이죠.
얼마나 달라지냐 하면, 같은 문서에서 역할만 바꿔 중립 점수가 0.02에서 0.40까지 움직였습니다(평균 0.20). 점수 범위가 −1에서 +1뿐임을 생각하면 작지 않은 크기입니다. 실제 사례가 인상적입니다. AMD의 2021년 1분기 보고서를 읽을 때:
- 공매도 애널리스트로 소개하면: −0.30 (매도 논거) — "그레이마켓 판매가 수요와 마진을 왜곡하고, Xilinx 인수의 영업권 손상 우려, 부채 코버넌트 제약이 있다…"
- 같은 조각만 주고 중립 검색만 하면: +0.20 — "매출이 전년 대비 93% 성장해 34억 달러에 달했고, 두 부문 모두 강한 성장세…"
같은 숫자들인데, 어떤 숫자를 '증거'로 삼는지가 달라진 겁니다.
두 번째, 완화책 중 최고는 놀랍도록 간단합니다. 같은 투자 성향을 AI 자신의 역할("너는 공매도자야")로 주지 않고, 사용자 정보("이 사용자는 하방 위험을 싫어해")로 바꿔 주기만 하면 편향이 크게 줄었습니다. 공매도–하방보호 매칭 쌍에서는 편향이 51~87% 축소(중앙값 73%)했고, 이 효과는 출력 형식과 무관하게 유지됐습니다. 역할이란 "이 보고서를 어떻게 읽어라"는 지시로 작동하지만, 사용자 정보는 "누구를 위해 서빙하는가"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.
세 번째, '중립 점수와 개인화 점수 나눠 받기'는 도움이 되지만 만능이 아닙니다. 이중 출력 스키마를 쓰면 12개 모델 모두 사용자 신호의 상당 부분이 개인화 점수 쪽으로 라우팅됐습니다. 하지만 '새어 나간' 비율(원래는 중립이어야 할 점수에 남은 사용자 신호)은 모델별로 0.05~0.37로 천차만별이었습니다.

눈여겨볼 점은 누출이 모델 크기와 무관하다는 사실입니다. 1,200억 파라미터짜리 큰 모델(gpt-oss-120b)에서도 누출이 0.34로 상당했고, 반면 700억짜리 Llama-3.3-70B는 0.05로 가장 깔끔했습니다. 큰 모델이 더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는 셈이죠.
추가로 두 가지 흥미로운 발견이 있습니다.
- 설명문도 점수를 따라갑니다. AI가 쓴 근거 설명을 벡터로 변환해 비교해 보면, 중립 기준선과의 유사도가 조건 1에서 0.721 → 조건 2에서 0.805 → 조건 3에서 0.849로 올라갑니다. 즉 프롬프트 설계를 바꾸면 점수뿐 아니라 어떤 근거를 강조하는지까지 중립에 가까워집니다.
- 모호한 문서일수록 편향이 더 큽니다. 시가총액이 작은 회사(공시가 덜 표준화되고 AI가 덜 아는 기업)의 문서에서는 잔여 편향이 대형주보다 2~4배 컸습니다. 잘 모르는 문서일수록 AI가 프롬프트의 '성격'에 더 의존한다는 뜻입니다.
그리고 이 연구의 정직함이 돋보이는 부록 하나: 연구진은 "이 점수들이 실제 투자 신호가 되는가?"도 슬쩍 확인했습니다. 중립 점수로 상위 20%와 하위 20%를 나눠 1년 뒤 수익을 비교했더니, 9개 페르소나 중 8개에서 상위 그룹이 이겼고(전체 평균 +2.96%), 오직 '리스크 매니저' 역할만 사실상 무차별(+0.08%)이었습니다. 점수 자체에는 정보가 있는데, 역할이 그 수준을 왜곡한다 — 그래서 이 문제가 실제로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.
한계와 주의점
과장 없이, 이 연구의 한계도 분명히 해 둡시다.
- '정답'과 비교한 게 아닙니다. 이 연구가 측정한 건 "중립 조건에서의 점수가 다른 조건에서 흔들리는가"이지, "중립 점수가 사실과 일치하는가"가 아닙니다. 기준선 자체가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고, 오히려 '같은 증거에 대한 판단이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'는 안정성 문제입니다.
- SEC 보고서 한 종류, 검색 방식 한 가지로 한 실험입니다. 다른 문서 유형, 다른 검색 시스템에서는 효과 크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. 다만 검색 조각 수를 8개에서 16·32개로 바꿔도 편향 유지율이 0.87~0.98로 높게 유지됐고, 법률·의료 문서 소규모 점검에서도 '역할 편향 > 사용자 정보 편향' 순서는 재현됐습니다.
- SEC 문서는 AI의 사전학습에 들어갔을 수 있습니다. 다행히 핵심 비교는 '같은 문서 안에서' 이루어지고, 회사 이름을 가린 통제 실험에서도 편향이 거의 그대로였습니다(유지율 97% 이상). 그래도 '기억'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.
- 편향 분해는 회계적 분해일 뿐, 엄밀한 인과 분석은 아닙니다. '프레이밍' 채널에는 프로필 문구, 중립 역할 부여, 출력 구조가 함께 묶여 있습니다. 추가 실험으로 대부분이 문구 배치 때문임을 확인했지만 말입니다.
- 재현성 점수가 42점으로 낮은 편입니다. 데이터는 공개 SEC 문서이고 프롬프트·프로필 문구가 부록에 상세히 기술되어 있어 재현은 가능하지만, 코드 공개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. 12개 모델 중 메커니즘 심화 검증은 2개 모델에 대해서만 이뤄졌습니다.
그래서 투자/실무엔?
AI 리서치 도구를 쓰시거나 만들고 계신다면, 이 논문에서 바로 가져갈 수 있는 교훈 다섯 가지입니다.
- 역할 프롬프트를 쓰지 마세요 — 사용자 정보로 바꾸세요. "너는 가치투자자야" 대신 "이 사용자는 장기 가치 투자자입니다"로. 편향이 가장 크게 줄어드는 단일 변경입니다(중앙값 73% 축소).
- '중립 점수 / 개인화 점수' 분리 출력은 표준으로 쓰되, 방어막으로 믿지는 마세요. 남은 누출은 모델마다 다르므로, 도입할 모델마다 '같은 문서 × 다른 역할' 테스트로 누출률을 직접 재 보세요.
- 모델 선정 기준을 바꾸세요. 벤치마크 점수와 크기보다 불변성(같은 입력에 같은 판단을 하는가)을 직접 측정하는 게 낫습니다. 이 논문의 3조건 실험은 그대로 '캡티브 테스트' 설계로 옮길 수 있습니다.
- 모호할수록 검증을 강화하세요.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·비표준 문서에서 편향이 2~4배 커집니다. 소형주 분석을 AI에 맡길수록 여러 프롬프트로 교차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.
- 점수의 '수준'이 아니라 '순위'를 쓰세요. 편향은 점수의 절대값을 움직이지만 순위는 정보를 유지했습니다. "점수 0.3 이상 매수" 같은 임계값 규칙 대신, 동일 조건 하의 상대 순위 기반 신호가 더 안전합니다.
자기자본 운용 관점에서 정리하면, 이 논문은 "AI 애널리스트의 판단을 리스크 관리 대상으로 취급하라"는 메시지입니다. 프롬프트 설계와 메모리 저장 방식은 그냥 편의 기능이 아니라, 결과를 움직이는 모델 파라미터니까요.
더 알아보기
- 원문: The Analyst in the Prompt: Role, Retrieval, and Memory Biases in LLM Financial Analysis (arXiv:2609.03218) — Ahmed Asaad, Amr Mohamed, Yang Zhang, Omneya Abdelsalam (cs.CL, cs.CE, q-fin.PM).
- 5차원 점수 (KB 기준): 새로움 78 / 적용성 76 / 엄밀성 75 / 재현성 42 / 통찰 82. 재현성 점수가 낮은 이유는 코드 공개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(프롬프트·프로필 문구는 부록에 재현 기술).
- 관련 논문 (KB 기준):
- Representation Signatures and Risk-Feedback Alignment in LLM Trading Agents (arXiv:2605.28850) — LLM 트레이딩 에이전트의 표현과 리스크 피드백 정렬 문제.
- What LLM Trading Agents Actually Do in Production (arXiv:2609.05663) — 실전 운영 환경에서 LLM 트레이딩 에이전트가 실제로 하는 일을 추적한 연구.
- StockBench: Can LLM Agents Trade Stocks Profitably In Real-world Markets? (arXiv:2510.02209) — 현실 시장에서 LLM 에이전트의 주식 거래 수익성 벤치마크.
이 연구의 진짜 선물은 새로운 모델이 아니라 '체크리스트'입니다. AI 리서치 시스템을 도입할 때 "이 시스템은 같은 문서에 대해 사용자에 따라 다르게 답하는가?"를 묻는 세 가지 비교 — 검색 고정, 역할→사용자 정보 교체, 이중 출력 누출 측정 — 는 오늘 바로 실무에 적용할 수 있으니까요. 투자에서 가장 비싼 실수는 대개 "객관적인 척한 편향"에서 나오니까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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